Tag

Bye bye, Bike..

베스파 GTV250ie를 끝으로 바이크를 접었다.

그동안 참 즐겁게 탔었고, 바이크로 인해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한국도 가 볼만한 곳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알았으며, 좋은 사진들과 함께 추억 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직도 도로에 바이크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속이 두근두근 거린다. 홍천을 지나 미시령 터널을 지나고 푸른 바다가 일렁이는 속초를 향해 달려가는 그 느낌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정말정말 다행인 것은 사고 한번 없이, 무사히 이렇게 어디 하나 다친 곳 없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클래식 스쿠터로 시작해 클래식 스쿠터로 끝났다는게 재밌기도 하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w650같은 정통 클래식 바이크를 못 타본게 조금 아쉽기도 하다.^^

바이크 라이프를 즐기며 거쳐갔던 기종들에 대해 간단한 소감과 느낌을 써보자면..


대림 보니따 (50cc)

회사 동생이 출퇴근이 힘들어 구입한 녀석이라 소유했던 기종은 아니지만 이녀석으로 인해 바이크의 삶이 시작되었다. 국산도 클래식 스쿠터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의외로 훌륭한 디자인이었다. 

2T라 앵앵거리며 나가지 않는 속도로 국도에서 차들에게 많은 위협을 당했지만 무료했던 삶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자유로움을 선물했던 녀석. 이녀석을 몇 일 타보다가 일주일 만에 바로 베스비2 구입!





대림 베스비2 (125cc) : 2008.9 ~ 2008.11

남자는 블랙이지! 하며 구입했던 처음으로 소유한 스쿠터. 
이때가 08년 09월. 시트지도 하나하나 오려 붙이고, 추운 날씨지만 멀리는 못가고 이리저리 문경세재나 충주댐 등등 달리는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때부터 동호회에 기웃기웃 하며 타는 재미에서 여럿이 함께 달리는 재미도 생겼다.

대림이라는 국산 메이커라 중국산 쥬드나 겔랑 같은 품질과 차원이 다르다 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중국산이랑 품질 차이가 별로 없었다. ㅋㅋ

잘 깨지는 유리 카울에다가 조용하지 않은 시티백 같은 엔진음, 그리고 무엇보다 클래식과는 거리가 먼듯한 디자인으로 맘에 안들어 2달 정도 타다 벨라 125로 기종 변경.





하오주스즈끼 벨라 (125cc) : 2008.11 ~ 2009.4

비노와 같은 클래식한 스쿠터를 원해서 기종 변경한 벨라. 무려 충주에서 논산 까지 가서 처음 중고거래로 입양해 왔는데 11월 달의 추운 날씨에 동생과 베스비 타고 장장 몇 시간을 달려 힘들게 가져왔던 기억.

디자인도 맘에들고 그르릉 하는 조용한 엔진음도 맘에 들고 잘나가고 잘서고 다 맘에 들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엔진 찐빠가 나서 너무 고생을 했다. 추운 날이면 어김없이 찐빠가 나서 수도 없이 센터에 가 뜯고닫고를 반복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CDI유닛이 이상 있던 것. LED작업 같은 배선 작업하다 보면 CDI 유닛이 오류 날 수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판매처인 제이슨리모터스에 문의해본 결과 흔쾌히 CDI유닛을 무상으로 보내주어서 교체를 해보니 찐빠 증상을 잡을 수 있었지만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해질 때 업글의 유혹을 못 이겨서 중고로 판매. 암튼 괜찮았던 스쿠터.





스즈끼 버그만400Z (400cc) : 2009.5 ~ 2009.8

학원에서 2소를 따고 5월1일 인가 쉬는 날 파쏘를 보다가 당일 서울로 올라가 그 자리에서 충동적으로 구입해온 첫 빅 스쿠터. 내비도 없이 서울에서 18시 쯤 출발해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충주로 복귀한 미칠듯이 고생 한 기억;;

육중한 크기에 압도해 처음엔 센터 스탠드 올리고 내리기도 너무 힘들었다. 400cc인만큼 125급에서 못 느낀 힘과 속도에 놀라고 스피커와 앰프까지 달려있어 음악을 들으며 라이딩 할 수 있다는 또 다른 기쁨을 주었다. 

엄청 큰 트렁크로 수납성도 좋았고 큰 스크린으로 바람도 잘 막아주었으며 처음으로 강원도까지 쾌적한 장거리 투어를 선물한 기특한 녀석이었지만...... 유일한 단점인 비둘기 소리(?)와 구동계 털림으로 이것 또한 2~3달밖에 못탄 듯. 이미 이쯤이면 기변병이 도졌다고 해도 될 듯. 디자인은 참 맘에 들었는데. 8월에 중고로 판매.





피아지오 베스파 GTS250ie (250cc)

소유했던 기종이 아닌 회사 동생의 스쿠터. 이태리 태생의 비싼 클래식 스쿠터의 종결자인 만큼 디자인, 완성도, 엔진 등등.. 단점이 없었다. 딱 하나 있다면 모노코크의 철 바디라 슬립이나 사고시에 카울 교체를 못한다는 거?ㅋㅋ 수리비도 비싸고. 

암튼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스로틀 당기면 확 튀어나가는 초반 가속도가 일품이고 100km전후로 스트레스 없는 운동 성능을 보여줬다. 양방향 경보기를 설치하기 위해 앞 부분을 뜯었었는데 비교적 뜯기도 쉽게 되어 있고 카울 유격 이라든지 여러모로 완성도가 뛰어났다.

하지만 부담스러워 하는 동생은 1달 정도 타다가 입양을 보내버리고 바이크를 접는다. -_-ㅋ





BMW F800ST (800cc) : 2009.8 ~ 2010.5

버그만 400을 보내고 9월 초 쯤 수원에서 가져왔다. 

BMW 바이크가 그렇게 좋다 던 지인의 말과 단기통에서 느낀 진동감이 2기통은 어떨까 해서 물망에 오른 녀석이었는데 사이드 백과 탑박스의 좋은 수납성과 25km/l의 좋은 연비에 편한 포지션, 칼 같은 브렘보 ABS 브레이크. 아무튼 여러모로 정말 맘에 들었던 바이크다.

처음 조작해보는 메뉴얼 바이크의 어려움 또한 워낙에 좋은 메커니즘으로 금방 적응할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코너의 재미도 살짝 느끼게 해주었다. 9월 초에 가져왔기 때문에 사실상 추워지는 시기여서 많이 못 탔지만, 이놈을 끌고 울진, 영덕, 양양 등의 태백산맥 코너와 장거리를 재미나게 다녀오게 해주었다.

09년 9월에 가져와 10년 5월 쯤 판매하였는데 단점은 고질적인 오일 샘 말고는 나에겐 최고의 바이크 였지만 가져올 때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카울의 도색 상태와 잔기스 같은 외관상태가 신경 쓰이다 4기통 업글병이 와서 보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다시금 생각나는 바이크.





혼다 Hornet 600F (600cc) : 2010.5 ~ 2011.9

10년 5월에 F800ST를 청주 분께 넘기고 바로 대전으로 넘어가서 가져온 녀석.

F800ST가 카울 도색 상태 에러, 잔기스가 많아서 이녀석은 꼼꼼하게 외관을 체크했던 기억이 난다. 4기통 타면 단기통, 2기통 보다 진동이 없거나 부드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간지러운 고주파 같은 진동이었다. ㅋㅋ

역시 4기통 소리의 매력은 있지만 재미는 2기통이 더 재밌다는 거. 부드럽고 잘나가지만 주행풍이 심하다는 거. 네이키드 타보면서 이 주행풍이 얼마나 피곤하고 답 없는 건지 알게 되었다.

그래도 디자인 이쁘고 색상도 이쁘고 여러모로 맘에 들었던 녀석임은 분명했다. 이때부터 장비도 고가의 장비로 맞추면서 이곳저곳 누비며 재밌게 탄 것 같다. 급작스럽게 제주도 투어도 다녀오고 심심하면 속초를 달려갈 만큼 짧은 기간 동안 다른 바이크들 보다는 재밌게 즐기며 탔던 것 같다.

단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지만 따지고 보면 장점도 그렇게 많지도 않았던 그냥 미들급 성능에 충실했던 바이크인 것 같다.

이녀석은 11년 4월에 서울로 이사를 가면서 서울 시내에서 타기 힘들다는 이유와 제로에 가까운 수납성에 질려 다시 스쿠터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판매.





피아지오 베스파 GTV250ie (250cc) : 2011.9 ~ 2012.5

초심으로 돌아온 걸까, 다시 클래식스쿠터로 돌아왔다.

미들급 바이크를 거치고 리터급 바이크도 몇 번 시승 해 보면서도 클래식 스쿠터의 생각은 끊임 없었다. 사실 그런 것 보다 단지 이젠 서울로 왔겠다 시내 주행 위주로 편하게 타고 감성을 타보자 해서 구입. ㅋㅋ

하지만 GTV250을 이미 타봤던 만큼 가지고 있는 성능은 다 알고 있고 클래식 스쿠터 치고는 좋은 성능임은 분명한데 뭐가 이렇게 허전할까. 메뉴얼 바이크의 그런 순간 가속 빨, 시외로 벗어나면 뭔가 아쉬운 속도.

원했던 대로 이쁘고 주목 받는 스쿠터임은 분명한데 사실 재미는 별로 없었다. 가끔 출퇴근 용으로 타고 마실 용으로 탔었는데 겨울 내내 세워만 놓고 날씨 풀리면서도 잘 타지 않게 되어버려서 얼마 타지도 못하고 판매하기로 하였다.



Bye bye vespa 처럼
나도 이젠 재미없는 특징 없는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125cc라서 그 속도의 한계를 금방 알아버림에도 불구하고, 누가 더 계기판 상 1km/s라도 빨리 달린다고 열띤 논쟁 아닌 논쟁을 하며 밤새도록 바이크 얘기만 할 수 있었을 때 처럼.

수도없이 시트지를 오리고 붙이고 다시 떼고 붙이고, 누가 훔쳐가거나 기스 낼까봐 나름 경보기를 단다고 새벽 늦게까지 카울 뜯어 전선 자르고 붙이고, 되나 안되나 삑삑 거리며 주변 집들에게 피해를 줄 때 처럼.

추운 날씨 덜덜 떨며 세차하고 플라스틱 카울에 고체 왁스도 꼭꼭 발라주고 애지중지 애마랍시고 관리해주던 그 때의 열정이 이제는 식어버린 어른이 되어 버린 걸까.

사는게 바빠지고 환경도 바빠지고 마음도 바빠지고 그래서 접었지만 아직도 가슴은 뛴다.

세상이 얼어붙어 잠시 겨울 잠을 자고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다시 시작되는 엔진의 고동 치는 소리처럼 가슴은 다시 뛸 거라 생각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