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울티마 온라인, 그리고 Evil Empire

예전부터 블로그를 하게 되면 꼭 포스팅 하고 싶었던 울티마 온라인과 활동했던 길드 Evil Empire에 대해 포스팅 해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남기고 싶은 추억을 관심 있는 분이 읽고 즐거워하면 좋겠다는 취지고 울티마 온라인이란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적어볼까 해서 꽤 긴 포스트가 될 것 같다.

울티마 온라인. 

아마도 이런 게임이 있었나? 할 정도로 생소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한국 게임 시장에 아주 오래전, 리니지1이 흥행할 때 같이 서비스 되었지만 다소 적응하기 힘든 인터페이스와 왠지 거부감부터 느껴지는서양 RPG스타일의 그래픽이라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었다.

우선 울티마에 대한 역사부터 시작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울티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 1980년부터 시리즈로 발매된 게임이라 역사를 논할 처지는 못된다. 물론 플레이 한 적도, 본 적도 없고 알기론 울티마 시리즈의 마지막 넘버링인 9가 1999년에 발매 했는데 울티마 온라인은 그 이전, 1997년부터 상용 서비스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울티마 온라인(이하 UO)을 시작하게 된 때는 1999년 여름. 당시 게임 잡지에 소개되는 어떤 기자의 UO 여행기 같은 글을 읽게 되었는데, 그 글을 읽고 꿈과 환상에 사로잡혀 이 게임은 꼭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일인 7월 26일에 부모님을 졸라 UO 패키지를 생일 선물로 받았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자유도! 하루 종일 뛰어도 끝이 없는 방대한 대륙! 8개의 미덕을 사수하며 지켜내기 위한 악의 무리들과의 전쟁!

여러 사이트를 돌아 다니며 많은 정보를 수집하다가 정식 패키지를 사 놓고 프리서버를 경험 후 정식 서버로 넘어 가기로 했다. 이유인 즉, UO의 방대한 세계에 접근 하기 전 예습 하고 여행기를 읽으며 느낀 "머더러"의 무서움을 프리 서버에서 경험해보자는 이유로.

프리 서버는 개인 유저의 입맛에 맞춘 셋팅이라 나중에 정식 서버 플레이 해보고 완전히 다른점이 많다는 걸 알았다. 프리서버의 경험기는 별거 없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광부의 마을 '미녹' 광산에서 몇 십명의 광부들이 땅을 파고 있었는데 어떤 법사가 나타나 블레이드 스피릿 이라는 소환수를 소환해 (주위에 있는 모든 상대를 무작위로 공격하는 소환수. 심지어 소환한 사람까지도) 수십 명의 광부가 속절 없이 사살되어 시체가 산을 쌓은 일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정식서버에서 무거워서 옮기지도 못하는 광물 덩어리를 아무리 무거워도 들고 뛰어 다닌다는 특징도 있었다..;;

몇 일 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프리서버를 접은 후 정식서버인 '아리랑'을 시작하게 되었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캐릭터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선 앵벌이를 해야 한다는 공식이 UO도 마찬가지 였는데, UO의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무궁무진 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MMORPG는 몬스터를 죽여 경험치와 돈을 얻고, 경험치를 다 채우면 레벨이 올라가면서 점점 강해지는 시스템이 대부분인데, UO는 그런 개념이 아닌 어떤 행동 하면 스킬이 오르고 그 스킬을 반복적으로 올리면 직업이 결정 되는 특이한 시스템이었다. 

한 캐릭당 7가지의 스킬을 마스터 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스킬이 몇십 가지가 되었으며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식 전사, 정식 마법사, 혹은 잡캐릭 등이 결정되었다.

가령 전사를 키우려면..


1. 전사가 사용할 무기의 스킬 (소드, 메이스, 도끼 등)

2. 택틱스 스킬 (전술 스킬. 올려야지 빚맞음이 안뜨는 필수 스킬)

3. 피를 채우기위해 붕대를 감는 힐링 스킬

4. 기본 전투술인 레슬링 스킬

5. 각종 법사 대비 마법 저항용 레지 스킬

6. 데미지 +용 아나토미 (상대의 어디가 급소인지 파악하는 해부학?)스킬

7. 전사라도 간단한 마법을 써야하니 메저리 스킬


이런 7가지 스킬을 선택해 캐릭터의 성장 방향을 잡고 각 스킬당 0에서 100.0까지 채우면 끝인 개념. 한 개의  스킬을 100까지 올리면 Grand Master라는 호칭을 부여 받으며 그 스킬은 더이상 올릴 수가 없고, 100까지 올렸다고 해도 다른 스킬로 바꿀 수 있지만 스킬의 총량 700.0을 채우면 더이상 못 올리는 방식이다. 전사는 마법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 메저리 스킬을 50정도 키우고 다른 스킬을 50으로 매꿔서 8가지 스킬을 쓰는 방법도 있다. 이로 인해 절대 강자가 없음을 말하며 또한 누구나 컨트롤에 따라 승부를 낼수 있도록 한 바람직한 PVP시스템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위 7가지 스킬은 말 그대로 전사의 정석 스킬인데 마법도 간간히 쓰는 마전사를 하겠다 하면 마법사용 스킬 2가지를 올려 마전사를 해도 되고, 무기에 독을 발라 포이즌 전사를 하겠다 싶으면 포이즈닝 스킬을 넣어도 되는, 유저의 입맛에 맞는 전략적인 캐릭터를 완성 할 수가 있는 것.

또한 전사, 마법사, 용을 끌고 다니는 태이머, 음유시인 바드 등 이런 전투형 캐릭터 말고 싸우는게 싫다면 상인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캐릭터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한데 UO는 전투형 캐릭터 보다 상인이 돈을 더 잘 벌고 전투형 캐릭터를 키우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UO를 시작하는 뉴비들은 대부분 상인으로 시작한다. 나 역시 돈을 벌기 위하여 상인을 택하였고 직업은 목수, 대장장이, 광부, 재봉가 등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돈을 많이 벌고 초반에 쉽게 접할수 있는 광부로 시작했다.

광부의 마을이라는 미녹(Minoc)에서 morris라는 캐릭으로.


브리타니아 전체지도

미녹의 풍경은 시골과 같이 작은 마을이다. 마을 근처에 큰 미녹 광산이 자리 잡아 있기에 머더러의 공격에도 안전하고 몬스터도 없기 때문에 많은 광부들이 이 미녹에서 시작점으로 잡는다. 마을 내 안전 지대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누군가 에게 공격 당할 경우 "Guards!"라고 외치면 누구도 한방에 보내는 가드 NPC가 뿅 하고 나타나 공격한 상대를 죽인다.

광부는 곡괭이 들고 땅을 파면 마이닝이란 광부 관련 스킬이 오르며 가방 안에 광물이 생긴다. 이 광물들은 말 그대로 '광물'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템 보다 매우 무거워 가방에 몇 개 밖에 보관을 못하므로 보통은 땅바닥에 캐 놓은 걸 쌓아 놓고, 캐고 쌓아 놓고를 반복해 나중에 이 광물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옮기는게 보통이다.

광물을 들고 이동을 시도하면 캐릭터의 스태미너가 한방에 사라져버려 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고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 광물들을 다른 캐릭터에게 도둑 당하기도 한다. 근처의 광부가 훔쳐가면 고만고만한 전투력을 갖고 있기에 그나마 다행인데 전투형 캐릭터, 그것도 머더러가 떠버리면 골치아픈 상황이 된다. 머더러는 선량한 유저를 여러번 죽이면 빨간색으로 이름이 바뀌는데 말 그대로 사람을 여럿 죽인 범죄자인 셈. 이런 광산에서 힘 없는 광부는 머더러에게 죽임 당하고 비싼 광물을 뺏기는 상황이 매우 쉽게 발생 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 시작한 뉴비 광부들은 머더러가 정말 무서움의 대상이다.

몇날 몇일을 머더러 올까 걱정하며 땅만 파는 광부의 삶을 살았고 광물을 녹여 만든 Ingot이라는 쇠뭉치를 팔아서 차곡차곡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돈으로 전투형 캐릭터를 키울 것 같지만 일단 먼저 집을 사야 했다. 

UO는 자기 자신만의 집을 지을 수 있는 하우징 시스템이 있다. 누구든지 브리타니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이 땅 한 구석에 자기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어 한다. 하지만 땅은 제한적이고 아무리 UO의 세계가 넓다고는 해도 집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마치 현실의 부동산과 똑같다. 게다가 바닥에 돌이 솟아 있거나 나무가 있는 곳, 평탄하지 않다면 집 문서가 있어도 집을 지을 수 없고 집의 크기에 맞는 평탄한 땅이 있어야 집이 지어 진다.

이미지의 왼쪽 아래가 가장 작은집인 단칸방이고 캐릭터 앞에 보이는 큰 건물은 부의 상징인 타워라는 3층 짜리 건물. 참고로 로그인 해서 집 문을 열어 주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집은 7~10일 후 무너진다.

나는 아리랑 서버에서 늦게 시작한 편에 속했고 이미 아리랑 서버의 땅은 각 유저들의 집으로 거의 포화 상태였다. 그래도 어딘가에 내 집 지을 곳은 있겠지 라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땅을 팠다. 광석이 너무 무거워 짐말을 사서 이름도 지어주고 당근을 먹이며 데리고 다니다가 머더러를 만나 짐말도 죽고 다 털린 적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어쩌다 알게 되어 게임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동료인 바비형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단칸방 지을 돈 4만 gp를 모았고 단칸방 집문서를 구입했을 때 드디어 나도 집을 갖게 되는구나 하며 정말 행복했다. -_-;;;

그러나 이리저리 집자리를 찾으러 돌아다녀 봐도 지을만한 공간은 없었다. 미녹 마을이 광부질 하기엔 이곳 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근처에 꼭 짓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고 집이 들어갈 공간인 것 같아도 지어지지 않아 좌절했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더 보태 이미 지어진 집을 매매 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다시 곡괭이 여러 자루 구입해 짐말과 함께 쓸쓸히 광산으로 들어가는 그 기분은 참담했다.

그리하여 결국 당시 7만gp정도 모아 미녹 북광산에 다른 유저의 단칸집을 구입했다. 비록 안전 지대인 미녹 마을하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전체 지도의 Minoc이라고 써 있는 윗부분 공터 였고 3개의 큰 광산이 있었다. 집터가 커서 여러 유저의 집들이 마을처럼 자리 잡은 곳이고 대부분 나와 비슷한 광부들이 많이 살았다.

하지만 이게 Evil Empire와 만남의 시작이었을줄은.



광물만 주구장창 캐니까 광물 스킬이 많이 올라 일반 철 광물이 아닌 다양한 광물을 캘 수 있게 되었고, 좋은 지리적 요건의 집도 구입했겠다 이젠 Blacksmith라는 대장장이 스킬을 올려 장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광물을 녹이면 주괴가 만들어 지는데 이 주괴를 대장장이 스킬을 사용해 각종 갑옷을 만들 수가 있다. 그리고 광물 채집 스킬이 높아지면 여러 색상의 광물이 캐지는데, 이 광물 색상에 따라 만들어지는 갑옷의 색상도 결정 된다. 색이 들어간 갑옷은 더 비싸게 팔 수 있고 유저는 커스터마이징 처럼 본인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그리고 대장장이 스킬을 100까지 올려 Grand Master 대장장이가 되면 내가 만든 갑옷이나 무기에 내 캐릭터 이름이 새겨진다! 브리타니아의 용맹한 전사들이 "by morris"라고 내 캐릭터 이름이 적힌 갑옷과 무기로 악을 무찌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열심히 대장장이 스킬을 연마했다. 미녹 북광산의 조그만 집에서는 연신 망치를 두들기며 갑옷을 만드는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 나왔고 나는 오로지 그랜드마스터, 장인 대장장이가 꿈이었다.

미녹 북광산은 큰 광산이 3개 씩이나 있어 광물을 캐긴 좋았지만 마을하고 멀어서 머더러나 다른 도둑들에게 무방비 상태다. 물론 내가 전투 캐릭터를 갖고 있다면 그 캐릭터로 로그인해 복수를 해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지만 그저 뉴비였기에 속절 없이 당했다. 하루하루 가슴 졸여가며 광물 캐고 죽고 수도 없이 반복. 정말 짜증이 많이 났다.

그래서 길드 가입을 해서 길드원의 도움을 받아 보고자 했다. 우리집 바로 옆에는 내가 사는 단칸방보다 엄청 큰 3층짜리 타워 건물이 있었고 항상 이곳을 왔다갔다 하며 '저 집 주인은 누구지-_-;; 집 졸라 크네. 부럽당..'했는데 알고 보니 주인은 '테론 고어핀드라'는 MSF길드의 길마였다. 테론 고어핀드... 이름부터 뭔가 카리스마있고 시컴한 냄새가 풀풀 나며 생긴것부터 어두컴컴한 자. 그는 당시 EE길드와 친분이 깊은 사이였다.

어찌하여 MSF길드에 가입하게 되어 길마에게 도움도 받고 UO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어느정도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고 안정되어가자 대장장이로 만든 갑옷을 그냥 팔거나 녹이기에 아까워 전사 캐릭터를 만들어 갑옷도 입어 보고 차차 재미를 느낄 쯤 Evil Empire (이하 EE)라는 길드를 알게 되었다.  

아니, EE보다는 Super Star라는 유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를 알면서 EE라는 길드에 대해 알게 된 것. 비슷한 시기에 게임을 같이 시작해 내가 가입했던 MSF에 있다가 EE로 옮긴 바비형에게 EE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EE의 슈퍼스타라는 녀석이 잠시 동안 게임을 안하지만 곧 복귀한다고 했다. 근데 그 슈퍼스타는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는 싸움꾼에 소문이나 이야깃 거리만 들어도 대단한 존재처럼 들렸고 아리랑 서버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했다.

헐.. 뭐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사람들마다 입에 오르내리질 않나, 슈퍼스타가 게임에 복귀한다고 아리랑 서버가 웅성웅성 대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morris캐릭터는 대장장이로 굳혀가고 있었고 Knight morris라는 전사 캐릭터를(나중에 알았지만 morris Knight이 맞을텐데..- -;) 만들어서 틈틈이 키우고 있던 터라 바비형에게 나도 EE에 가입하고 싶다고 해 슈퍼스타와 첫 대면을 했다. 

그의 첫마디는...

Super Star : "안녕? 씨짝?"

엥?? 첨 본 사람한테 반말에 욕부터 박다니. 벙쪘다. 그런다고 나까지 반말할 수 없기에 예의 바르게 "안녕하세요"라고 하니 돌아오는 답변은 '그냥 반말해 썅'. -_-; (Evil Empire 길드의 첫번째 모토는 존댓말 철폐였다.)

슈퍼스타는 레전드급의 소문과 명성과는 달리 초면부터 사람 황당하고 어이없게 만들었다. 항상 온라인에서는 '안녕하세요^^ 오늘도 나오셨네요' 하며 인사를 해왔고 같이 어울리는 유저들과 존대를 써가며 플레이 해왔는데. 이건 뭐지 싶었다. -_-

이게 그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레전드의 모습인가? 그냥 단순한 예의 없는 멍청이 같아 보이는데.. 하지만 스타와 함께 지내면서 그런 생각은 나중에 바뀌게 되었고 나보다 한살 많은 스타에게 말을 놔야 하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mIRC의 EE채널에서 계속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놓게 되었다. 알고 보면 그냥.... 재밌고 웃긴 녀석이었다.

먼저 EE에 대한 얘기에 앞서 UO의 전투룰을 보자면, UO는 크게 오더와 카오스 진영이 있고, 중립이 있다. [오더]는 브리타니아의 왕 로드 브리티쉬가 이끄는 정의로운 진영이고 [카오스]는 블랙쏜이 이끄는 악의 진영이라 할수 있다. 

이건 각 길드가 브리티쉬에게 충성을 하느냐 블랙쏜에게 충성을 하느냐에 따라 길드 성향이 갈라지는데 두 진영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호드와 얼라이언스 처럼 무조건 적대적인 상태가 된다. 물론 아무에게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은 중립 유저는 해당사항 없다. EE는 길드 네임답게 역시 카오스.

오더/카오스 외에 각 길드끼리 전쟁 선포도 가능하다. 오더든 카오스든 길드vs길드끼리 전쟁 선포하면 무조건 적대적 상태가 되며 카오스와 카오스의 길드끼리의 전쟁도 성립이 가능. 한때 EE길드가 카오스 진영의 모든 길드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바람에 어딜 가든 적밖에 안보여 도저히 혼자서는 다닐 수 없을 만큼 심했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 간 전투 룰은 상대방이 적 진영이면 캐릭터 이름이 주황색으로 보이고, 머더러는 빨간색, 일반 중립 진영은 하늘색, 범죄를 저지른 캐릭은 회색(일시적)으로 보이는데 상당히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한 시스템이다.

범죄자에 대한 얘길 좀더 하면 다른 중립 유저의 시체에서 아이템을 루팅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면 하늘색의 캐릭터가 그레이로 변한다.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몇 분 동안 이지만 아무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는 패널티를 받게 된 상태다. 하늘색인 중립 캐릭터를 죽이면 매우 강한 범죄로 간주되고 5번의 살인을 저지르면 그토록 광부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머더러가 된다. 이 머더러는 안전지대인 마을에 들어올 수 없고 많은 속죄의 시간을 보내야 풀리거나 또는 그냥 누구에게나 공격 받을 수 있는 패널티 갖고 머더러의 삶을 살기도 한다.

EE는 기본적으로 카오스 길드였고 다들 전투를 좋아 하거나 잡질을 좋아하는 길드였다. 악을 추구한다고 해야 할..까. 길드원 끼리 반말로 대화 하고 장난치다가 전투할 때 만큼은 누구보다 진지 했고 잡질 할 때는 누구보다 즐거워 했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와 같은 삶보다 길가에 아무렇게 자라난 잡초처럼 지냈고 악을 추구하는 만큼 조용히 게임을 즐기거나 착한(?) 유저의 삶을 사는 유저에겐 EE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악 그 자체였다.

심지어 EE는 같은 길드원 끼리 모여서 웃고 떠들고 놀다가 갑자기 공격해서 죽이고 싸우기까지 한다. 물론... 그것도 EE길드의 놀이 방식이었다. 길 가다 인사하는 중립 유저를 왜 인사하냐고 죽이고 시체의 아이템을 루팅 하고 시체를 난도질(ㄷㄷ)까지 한다.


루팅(룻) 시스템, UO는 다른 MMORPG와는 다르게 캐릭터가 죽으면 유령이 되고 시체가 남는다. 유령 상태가 되면 다른 캐릭터들과 대화도 못하고 보이지 않거나 보이게 할 수 있다. 다른 유저가 살려주든 힐러 NPC가 살려주든 해야 다시 살아 나는데 죽은 장소에 남겨진 시체는 소지하고 있던 모든 아이템이 남아 있다. 암튼 죽으면 다른 유저가 시체의 아이템을 가지기 전에 유령 상태를 벗어나서 빨리 내 시체의 소지품을 챙겨야 한다. 

와우나 리니지처럼 죽으면 아이템을 떨구지 않거나 일정 확률로 떨구는거와 다르게 UO는 모든 아이템을 떨구기 때문에 와우나 리니지 같은 게임에 적응된 유저들은 황당하겠지만 UO의 룰은 이렇다. 하지만 리니지처럼 고가의 아이템이 없고 상인에게 구입한 무기나 갑옷, 마법을 쓰기 위한 약초들, 붕대, 포션 등이다. 모든 무기나 아이템이 특별한 능력치 또는 한방에 죽일 수 있는 사기급 무기가 없이 평준화 되어 있다는 얘기가 된다.

EE는 UO 시스템을 잘 이용하여 나름대로 합법적인 잡질을 했다. 조용히 사냥을 하는 유저에게 몹을 끌고 와 숨어 버리고 몹에게 둘러 쌓여 위험해진 유저를 마법 벽을 쳐서 못 도망가게 만들어 죽게 만들거나, 가만히 있는 상대방을 도발해 홧김에 선공을 하면 죽인 후 유유히 시체 룻하고 사라지고, 죽은 유저의 시체를 일부러 룻해서 범죄를 저지른 후 의협심이 강한 유저가 그레이 상태인 EE를 공격하게 유도해 죽이는.. 그야말로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지만 그것이 EE 길드 존재의 이유였고 그렇게 모인 악당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 UO의 시스템이 EE만의 전유물이란 얘기는 아니고, 시스템을 잘 이용한 잡질로 아리랑 서버의 유저들을 유린하고 괴롭히고 살상해 왔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말살이라는 모토 아래 닌자!를 외치며 주어진 자유도를 최대한 이용해 EE만의 색깔을 찾아가던 것이다. 다른 유저가 보면 속된말로 개꼴통미친악질집단이라 말해도 EE는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정의 내리며 진정한 악을 행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EE에 많은 유저들이 들어오고 싶어했다. 슈퍼스타라는 이상한 카리스마를 가진 녀석 아래 실력 있는 멤버들로 EE는 완성됐고, 막상 EE를 욕하던 유저들도 EE의 매력을 알고 나면 어느새 물들어 같이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이런 스타일의 플레이를 하기 위해선 항상 실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EE 개개인들의 실력은 최상급 이상이었다. 정석이라곤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상식을 벗어난 잡스런 스킬 조합으로 무장한 슈퍼스타는 수 많은 도전자들을 때려 눕혔고 아리랑 서버 최고 듀얼러라고 할수있는 ELpiS. 퇴폐적이고 어두운 메이지 테론 고어핀드, 포이즌 전사의 대가 다크, 정신적 지주이자 메인 힐러 추장 등등... 그리고 아무리 EE가 매너 없는 잡질 길드라고 해도 캐릭터간 1:1 PVP는 무조건 매너 플레이로 유명했다.

나 역시 EE에 적응해갔고 캐릭터 키우며, 집 꾸미는 레어 아이템을 구하며, 워(War, 싸우러 나가는 걸 워 라고 했다)를 위해 무기 손질, 약초 손질, 붕대 손질 등등 준비해 하루하루 워에 참가하는게 UO의 일과였다. 

UO에서의 워는 목적이 없다. 큰 성을 차지하기 위함도 아니고 워를 한다고 각 진영에 득이 되는 것도 없으며 개개인에게도 득이 되는 것은 없다. 단지, 워에 참가하는 멤버들이 모여 게이트를 타고 브리튼 수도에 도착 했을 때 수많은 오렌지(적진영)이름을 보고 달려들 때의 희열만을 느낄 뿐.





디싯 이라는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던전을 소수의 인원으로 점령하고, 트린식과 스카라브레에서 수도 없이 레스킬(살아난후 또다시 죽임 당하는 행위) 당하며 가방에 쌓여가는 유령 로브가 무거워 스태미너가 날아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UO의 전투는 그야말로 전략적 운영이 가능했고 변수가 많았기 때문에 질리지가 않았다.




보통은 워 할때 빠른 이동과 전략을 위해 말을 타고 싸우는데 한번은 애초부터 말 타기를 거부 한 채 보병 전술을 이용해 상대 진영을 당황하게 만든 적도 있다.

닌자진 이라고 칭한 이 어이없는 발상은 상대방에게 먹혔고 뭉쳐서 느릿느릿 이동하며 마치 전투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모습처럼 상대 진영을 때려 눕혀가는 웃긴 연출도 가능했었다.



집이 무너진 모습

뉴비를 벗어나 올드비 대열에 들어설 무렵 트린식(Trinsic)이라는 도시 아래쪽에 무너져가는 3층 타워를 발견 했다. 

UO의 집은 집 주인이 7일정도 기간 동안 집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게임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집 관리 소홀로 무너지게 된다. 집이 그냥 뿅 사라지는 것이지만 그 집안에 있던 모든 아이템이 바닥에 떨궈지기 때문에 무너진다는 표현을 썼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에 거의 24시간 이상을 잠 한숨 못자면서 자릴 지켜내 결국 타워를 짓게 되었을 때 UO를 시작한후로 가장 기쁜날이 되었다. 그정도로 UO에서의 집이란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을 정도의 재산인 셈


morris 벤더샵

3층 짜리 타워 짓고 이후 미녹 북광산 맨처음 지은 단칸방의 뒷집도 무너지는 바람에 자리가 나서 커다란 3개의 방이 있는 브릭집도 지어 비교적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이 브릭집은 무기나 갑옷을 파는 벤더샵으로 운영해 GM morris표 무기들로 돈도 꽤 짭짤하게 벌었다. 벤더는 상인 NPC를 말하는데 자신의 집을 상점으로 사용한다고 선언하면 상인NPC를 설치할 수가 있고 상인에게 무기나 갑옷을 넣어두면 다른 유저가 찾아와 구입을 하는 개념이다.

개인적으로 레어 아이템들을 무척 좋아 했었는데, UO의 묘미중 하나는 자기만의 집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가구나 탁자, 의자 같은건 목수 직업을 가진 캐릭터에게 살 수 있지만 레어 아이템은 쉽게 구할 수 없다. 다른 MMORPG와는 달리 무기나 갑옷에 사기적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없는 이 레어 아이템이 가장 비싸게 거래되곤 했다. 레어 아이템도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 그 중 서버 초기에만 구할 수 있는 유니크 아이템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 형성되기도 한다.

벤더샵 안에 인테리어 되있는 아이템들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꾸며져 있지만 3층 타워에는 매우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들로 장식해 꾸몄었지만 스샷이 남아있지 않아 안타깝다. (정말 굉장히 이쁘다)

UO는 할수 있는게 무궁무진하게 많다. 배를 구입해 바다로 나가 낚시하면 물고기가 잡히고 물고기는 스태미너를 올려주는 생선 음식을 만들수 있고, 아주 간혹 낚시로 건지는 SOS병 아이템을 까면 바다의 어느 지역 좌표가 표시된 쪽지가 나온다. 그 쪽지의 좌표로 이동해서 낚시를 하면 보물상자가 건져지고 보물상자 안엔 각종 일반 무기보다 강한 매직 무기나 레어아이템,  좌표가 적힌 문서가 나온다. 이 좌표가 적힌 문서는 트레져 헌터 직업만 읽을 수 있고, 트레져 헌터는 보물사냥꾼으로 그 문서에 적힌 좌표로 찾아가 땅을 파면 보물상자를 건질수가 있다. (물론 보물을 지키는 몬스터도 동반해서 나옴)

그리고 테이머란 매력적인 직업은 처음에는 숲 속 동물을 꼬시다가 좀 더 익숙해지면 말을 꼬실 수 있어서 상점에서 말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 테이밍 스킬을 마스터 (Grand Master) 하면 어느 누구도 쉽게 공격하지 못할 든든한 용을 컨트롤 하고 데리고 다닐 수 있다. 

매우 강한 상위급 몬스터에 속하는 나이트메어라는 검푸른 말도 꼬셔서 타고 다닐 수가 있는데 적을 만났을 경우 나이트메어에서 내려 같이 공격을 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너무나도 아기자기하고 재밌기만 했던 UO가 2000년 3월, 대대적인 르네상스 패치로 하향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르네상스 패치의 가장 큰 특징은 리니지의 공성전과 같은 당파 싸움이 추가되었고 트라멜 이라는 신대륙이 추가 되었다. 

좀 더 많은 유저가 집을 갖게함과 동시에 기존에 선택권이 없던 전쟁이 싫은 유저들만의 대륙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브라타니아의 세계가 트라멜이란 이름의 똑같이 생긴 대륙이었고 PK 불가능 지역이라 기존 뉴비들은 안정된 플레이와 집을 가질수 있게 되어 환영을 했지만 올드비들은 각 마을에 바글대던 유저들이 사라져 쓸쓸하게 변해버린 구대륙 에서 더 이상 재미를 느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뉴비와 올드비를 갈라놓는 패치였다고 할까. 이같은 어이없는 패치는 기존에 해왔던 유저들간의 긴장감 마저 사라지게 만들고 급기야 정들었던 브리타니아를 버리고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게 만들었다. 

나의 UO도, EE도 이쯤에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울티마의 창시자 리차드 게리엇이 이때 오리진을 떠나 NCSOFT로 가게 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당시 아마도 오리진 내부에서 뭔가 분열이 생겨 이렇게 되어 버린게 아닐 까 하고 오리진을 원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EE는 리니지2를 거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즈샤라 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슈퍼스타는 용개(DrakeDog)로 역시나 독보적인 카리스마의 유저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WOW를 오픈 베타 때부터 하고 있지만 시작을 노르간논 섭에서 하고 있고 그다지 많이 플레이 하지 않고 있다. 초반에 아즈샤라 섭에서 시작했다면 EE와 함께 플레이 했을 텐데, 오베때 조금 키우다 접고 작년부터 다시 간간히 즐기고 있던 터라 그저 멀리서 화이팅을 외쳐줄 뿐이다.

다만 UO의 엄청난 자유도에 비해 WOW의 자유도는 상대적으로 현저히 떨어지고 UO처럼 시체를 룻하는 식으로 던전 네임드 몹의 전리품을 스틸하는 닌자짓을 하다가 EE가 왕따처럼 지낸다는 소식을 듣고는 웃음밖에 안 나왔다.

좀더 많은 소식을 원하시는 분은 http://katz.egloos.com/3223624 이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이 포스트는 개인적인 UO와 EE의 추억을 남기는 형식의 포스트 이므로 관심 있는 분에겐 좋은 읽을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작성했다. 경험기 위주로 시리즈로 작성 할 까도 했지만 너무 방대한 양이라 엄두가 안났고 울온의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읽는 분의 이해를 도와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너무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된다. 다행히 UO시절 찍어두었던 스크린샷 몇 개가 백업CD에 남겨 있어서 잘 활용되었다.

여담으로, 최근 울티마온라인 킹덤 리본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그래픽이 예전 UO와 비슷한 분위기로 제작되어 출시된다고 한다. 이게 99년 UO 당시처럼 재미를 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대가 된다. 99년 UO때 정도의 재미를 준다면 다시 플레이 해보고는 싶은데 단순히 그래픽만의 패치라면 뭐, 별 볼일 없을 것이라 생각되기도. -_-



911길드 디싯 계단 폭탄 던지기 쇼

자폭단 준비

시작도 하기전에 왜이래

바글바글한 디싯 홀 계단

카운트다운 3 2 1

마구던져

혼란중에 홀로 폭탄 쳐맞는 슈퍼스타

애도..

범죄자의 최후


댓글